촌닥일기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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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닥
우선 집을 떠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많은 휴식이 됩니다.
가끔 나를 찾는 전화가 나를 긴장시키고
삶의 의욕과 식욕을 떨어뜨리지만
잠시 환경을 바꾼 것은 나의 지난 날을 정리해 보고
다시 새로운 길을 찾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살다 보면 어려운 일도 있는 것이고
또 참고 견디다 보면 피할 길도 생기는 것이고 .......
이 모든 삶의 진리가 차츰 피부에 와 닿는 느낌입니다.
꼭 죽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던 참담한 마음이
차츰 안정을 찾아 가고 다시 살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안개 속이지만
이 안개만 거치면 다시 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 힘들어? >
친구가 퇴근길에 차를 잠시 바닷가 작은 언덕 위에 세웠습니다.
< 아니 견딜 만 해. >
< 그래......... 무슨 길이 있을 거야. >
언덕 밑으로 보이는 파란 바다가 참 아름답습니다.
매일 이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출 퇴근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큰 행복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 내가 너의 병원에 갔을 때 말이야......
강 선생이 니 걱정을 많이 하더라. >
< ??????? >
강 선생은 나와 같이 있던 동료 의사입니다.
처음 병원을 시작할 때부터 같이 있었고
그래서 내가 당한 모든 일들을 보았고
그때 그때 어려운 문제들을 같이 의논하고 걱정하던 친구입니다.
결국 내가 병원을 포기하기로 결정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어 주었고
내가 병원을 떠난 며칠 후에 그도 역시 그 곳을 떠났습니다.
< ......꼭 홧김에 무슨 일을 저질러 버릴 것 같다는 거야. >
< ........... >
< .......사실 나도 그 때 너를 보니 그런 걱정이 되더라..... >
< 나는 그런 용기가 없어. >
아마도 그래서 친구는 나에게 자기 병원에 와서
자기를 도와달라고 했나 봅니다.
바다는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것같습니다.
비가 오는 날, 바람이 부는 날, 그리고 너무나 따뜻하고 조용한 날,
바다는 매일 매일 새로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주지만
어느 때보아도 항상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힘든 날도 있고 좋은 날도 있지만
나 역시 항상 그 자리에 그렇게 서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만약에 지금 1억이 생긴다면........ 너는 빚을 갚겠니? >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친구가 갑자기 물어 보았습니다.
나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금 1억으로는 나에게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마치 깨진 독에 물을 붓듯이 잠시 후에는 이자로 인해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오고 말 것입니다.
< 돈이 조금 있다면 식구들을 미국에 보내고 싶어. >
< ???? >
< 당분간 가족이 미국에서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
< ????? >
< 이제 여러 사람들과 많이 싸워야 할 것 같은데......
가족이 있으면 내가 힘들어......마음도 약해지고....... >
< !! .. 그래, 그렇지.........지금은 기다려야 해. >
< 좀 더 기다리면 기회가 올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 말야..... >
친구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마음을 정리할 때이고
나를 지키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숙소를 나와 아무도 없는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작은 마을에 오래 된 교회는 희미한 불빛아래
십자가 만 외롭게 서 있습니다.
불이 꺼진 본당에 들어가 맨 뒤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둠속에서 저 앞에 희미한 십자가가 보입니다.
혹시 예수님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을까?
이 답답한 마음을 하나님께 직접 전하고 싶습니다.
< 내가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지었기에................
아냐, 나는 죄가 많지..... >
< 그동안 참 많은 나쁜 짓을 했어.......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은 죄......
그리고 슬그머니 남에게 미룬 죄,
내 양심을 속인 적도 참 많았지.... >
< 나만 그랬나?..... 왜 나만 죄인처럼 되어야 하나........
세상이 모두 그런데.......... >
하나님이 원망스럽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는 것일까?
화를 내기도 하고 원망도 해보고 했지만
나는 역시 하나님을 원망할 자격이 없습니다.
< 그래요. 하나님!..... 내가 죄가 많습니다. >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하다가 잠시 십자가를 바라보며 회개를 합니다.
하나님은 나에게 어떤 삶을 살라 하시는 것일까?
다시 두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큰 집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귀한 반찬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그냥 우리 가족이 편히 살 수 있는 내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밥상이지만 편한 마음으로 가족이 같이 하는 자리가 그립습니다.
예전에는 그 행복을 몰랐었는데..............
내가 받는 봉급이 내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일한 대가를 내가 받지 못 한다는 것이 참 슬픈 일입니다.
그래서 하루하루의 삶이 너무 힘들고 괴롭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가게에서 복권을 하나 샀습니다.
참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마음속에 아주 작은 기대감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으로
처음 복권을 샀습니다.
물론 당첨이 되리라는 생각은 없습니다.
내 기억에 한 번도 당첨이라는 행운을 맛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렇게 작은 것에라도
의지하고 싶은 약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숙소에서 보이는 밤하늘의 별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지나간 것을 감사했습니다.
내일도 감사하며 건강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산다는 것이 힘들고 괴로운 때도 있지만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오늘도 편한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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